행복나래 가치날자
행복나래 뉴스레터
Vol.47 2020.03
밀리그램 디자인
▲ 밀리그램 디자인 조명민 대표

건축과 인테리어를 통해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두가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있는 밀리그램 디자인 조명민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밀리그램 디자인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건축과 인테리어 현장에 ‘모두를 위한 디자인’의 개념을 적용하여 설계 시공하고, 누구나 신체적으로 심리적으으로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배리어프리’라고 하면 문턱을 없애거나 경사로 설치 등 물리적 불편 해소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요,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감각적으로 예민한 소수가 편안함을 느낀다면 누구나 편안하다는 상식으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ㆍ시공을 하고 있습니다.

음악 전공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건축으로 뛰어든 계기가 있을까요?

아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에요. 아들이 겪는 자폐성 장애의 특성을 보면서 극복할 수 없는 장애라면 조금이라도 고통받지 않는 공간, 편안함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많은 자폐, 발달장애인들의 행동은 비장애인보다 감각에 크게 반응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들인데요, 저희 아이도 어릴 때 갑자기 눈과 귀를 막는거에요. 주변이 조용하고 특별한 변화가 없는데도요. 유심히 살펴보니 멀리서 비행기가 보이기 시작할 때 귀를 막는 것이었고,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음을 견디기 위해 나타난 행동이었습니다. 감각적으로 예민한 분들을 위해 심리적으로 편안한 공간을 조성하게된 계기입니다.

밀리그램 디자인의 성장과정에 대해 알려주세요. 최근 정서적 치료를 위한 제품도 개발하셨다고 알고있습니다.

복지시설을 공사하던 중 스누젤렌실을 접하게 되었어요. 스누젤렌은 조명과 기포 등으로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며 심신 안정 효과를 주는 공간입니다. 20㎡의 공간을 꾸미는데 고액이 든다는 사실을 알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스누젤렌을 연구하며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에 적합하도록 설계했고, 복지기관에도 기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아이들이 집 밖에 못나가고 있는데, 스누젤렌 제품 개발이 조금만 빨리 되었더라면 현재 격리되어있는 경증 환자병동에 설치를 시도해보았을텐데… 하는 생각에 아쉽기도 합니다. 전국에 코로나19로 인한 재난과 어려움이 있는데, 심리적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2차, 3차 피해를 막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현재 밀리그램 디자인의 근황은 어떤가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오히려 설계, 공사건이 많았습니다. 복지시설이 휴관하면서 이 참에 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심각한 수준이 되자 복지시설에 외부인 출입이 차단되면서 모든 일이 지연되고 사실상 중단된 일들이 많습니다.

자폐,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이 모두 겪을테지만, 아이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19 때문에 밖에 못 나간다는 사실을 설명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외출 대신 집에서 기본 생활 익히기를 하면서 아이를 다독이고 있지만, 그 답답함과 스트레스까지 부모가 받아내야하죠. 하루빨리 바이러스 종식으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합니다.

밀리그램 디자인의 향후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모두가 편안한 공간을 늘려가야죠. 낯선 공간들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해 나가겠습니다. 또 스누젤렌을 통한 사업도 활발히 할 계획입니다. 신체적인 경직, 심리적 경직은 많은 경우가 감각불균형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 환자, 장애인, 우울증 환자, 외상후 스트레스가 있는 소방관 등을 대상으로 감각의 균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스누젤렌 치료를 통해 신체 이완, 심리 이완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많은 제품을 개발할 예정입니다.